[암호화폐 알쓸신잡] 일본은 왜 암호화폐 강국이 되었나

 

 

 

 

2018년 3월 현재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거래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암호화폐에 긍정적인 스위스? 13억 인구의 중국? 그것도 아니면 한국?

 

 

정답은 일본이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60.77%가 엔화로 거래되었다. 뒤를 이은 달러 거래량은 25.37%,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고 있는 우리나라는 비트코인에서 6.79%의 거래량을 차지했다. (2018.3.28. Coinhills 기준)

비트코인의 높은 거래량이 말해주듯이,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암호화폐 시장이 발달되고 있다.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도대체 왜, 어떻게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걸까?

 

 

 

“라멘 한 그릇, 6만 사토시(0.0006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을 지불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Bitcoin can be used for payment).’

일본의 시내 중심지로 나서면, 이런 입간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가게에 들어가 실제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어본다면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소액의 비트코인만 보유하고 있어도 잔금을 현금으로 보태서 내면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 돈 7천원쯤 하는 라멘 한 그릇을 6만 사토시, 즉 0.0006비트코인(우리 돈 약 7300원 정도)을 내고 먹을 수 있다.

번화가나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곳은 많다. 일본 가전양판점 ‘빅카메라(Bic Camera)’는 지난해 7월에 59개 오프라인 매장에 비트코인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1회 결제에 최대 30만 엔(약 294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백화점으로 유명한 마루이 그룹 역시 작년 8월부터 신주쿠 마루이 아넥스에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고 취급 가능 점포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일본 내 점포는 2014년 63곳에서 2015년 15배로 급증한 918곳, 2016년엔 5배 많은 4500개로 늘었다. 2017년 말에는 약 58배나 폭발적으로 늘어 무려 26만 곳의 점포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암호화폐 지갑만 들고 가더라도 일본 내에서의 여행에 무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보수성향이 강하기로 유명한 국가인 일본이지만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암호화폐의 물결에 올라탔다. 2017년 4월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시행해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를 법률로 규정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한 것이다. 전 세계 각지에 불어온 암호화폐 바람, 대체 왜 유독 일본에서 더 거센 것일까?

 

 

 

저금리가 불러온 것은 장기불황만이 아니다”

 

일명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장기불황. 80년대 버블 붕괴 이후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긴 불황의 여파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기불황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저금리다. 아무리 적금을 붓고 예금을 해도 터무니없이 낮은 금리 때문에 이자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은행 예금에 흥미를 잃은 일본인들은 은행에서 돈을 찾아 집 안에 쌓아두기 시작했고, 홀로 죽음을 맞은 노인들의 집에서도 현금뭉치가 발견되기 일쑤일 정도로 은행을 등한시 하게 됐다.

 

저금리에 반발해 집 안에 쌓아두고 지내던 돈을 밖으로 끌어낸 것이 바로 암호화폐다. 어차피 쌓아놓을 돈, 임금과 연금투자 수익률까지 정체된 상황에서 암호화폐의 투자 가치가 일본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20, 30대 청년층의 투자가 활발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60·70대에 이르는 고령층까지 암호화폐 투자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로 인해 생긴 현상은 또 있다. 바로 ‘와타나베 부인’. 공공연한 돈 얘기를 금기시 하는 문화가 있지만 일본인들은 실제로는 재테크에 관심이 크다. 특히 오랜 저금리에 지친 사람들이 다양한 투자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그 중 성행했던 것이 바로 ‘외환 마진거래 투자’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엔화 캐리트레이드를 뜻한다. 이런 엔화 캐리트레이드를 하는 이들을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 흔한 성씨인 ‘와타나베’에 엔화 캐리트레이드를 이끄는 투자자 대부분이 가정주부인 것에 빗대 이런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이렇듯 저금리에 지쳐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린 와타나베 부인들이 최근 암호화폐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일본 도이치 은행은 보고서에서 밝혔다.

삼삼오오 모여 투자 소모임을 갖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외환 마진거래 시장 변수에 대해 공부를 하던 평범한 와타나베 부인들이 이제 암호화폐 차트를 분석하고, 수익률을 예측하며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암호화폐로 꿈꾸다”

 

사상 최악의 해킹 사태와 가격 급락에도 일본인들의 암호화폐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국민들의 이런 열정에 발맞춰 많은 기업들 역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일본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2015년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데에 이어 ‘라쿠텐 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1%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슈퍼포인트’를 시행해 지금까지 9조8000억 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발행했다. 고객 보상 시스템의 일환이었던 포인트 지급 제도를 라쿠텐 코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금융․통신․유통 분야에서 활약 중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빅카메라, 야마토홀딩스, JR히가시니혼 등 19개의 업체가 연합해 ‘디컬릿’이라는 암호화폐 거래 및 결제 시스템을 설립할 예정이다. 10월부터 본격적 거래 서비스를 실시해 2019년까지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연합체는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암호화폐 개발 등 전 방위적인 암호화폐 사업을 이어나갈 것으로 밝혀졌다. 암호화폐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대응을 발 빠르게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국내 IT 기업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 역시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암호화폐 사업을 개시했다. 일본에 본사를 둔 라인이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해 일본 금융청에 암호화폐교환업자 등록을 신청한 것이다. 라인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메신저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의 시장에서 약 1억6800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결제 시스템인 라인페이는 연간 4500억 엔의 결제액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라인 플랫폼을 통한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라인페이를 통한 모바일 금융 관련 서비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은 만큼 라인의 암호화폐 사업에도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취업도 암호화폐 시장으로”

 

국내 한 취업포털의 조사에 의하면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금융권에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2010년부터 8년 연속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으로 은행을 꼽을 정도로 금융권 일자리는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 은행은 돌연 4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정보 ∙ 인터넷 서비스 분야가 1위로 우뚝 솟은 것.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엔 암호화폐 역시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24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열린 암호화폐 관련 업계의 취업설명회에는 주최측이 예상했던 참가 인원의 2배에 달하는 400명의 취업준비생들이 몰려들었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구직 희망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최근 등장한 아이돌 걸그룹 ‘암호화폐소녀’는 지난 12일 데뷔 라이브 무대에서 “종이는 이제 끝나는구나. 시대는 디지털”이라며 화폐 시대의 종언을 예고했다.

발빠르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일본.

일본과 몇 년의 시차를 두고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이 닮아가는 우리나라 역시 더 늦기 전에 암호화폐의 물결에 올라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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