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알쓸신잡] 먼 나라 이웃 나라, 블록체인의 심장 스위스 편

 

 

중부 유럽에 위치한 연방제 공화국. 알프스, 치즈, 초콜릿, 시계가 떠오르는 나라.

2018년 ‘빅맥지수(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에서 팔리는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각국 빅맥 가격)’ 1위에 선정된 국가로 물가가 높기로도 널리 알려진 나라, 바로 스위스다.

 

빅맥 지수를 비롯해 오래 전부터 스위스라는 나라를 1위로 만들어 준 지표는 많았다. 2017년 36개국 2만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최고의 나라 조사 1위, 2015년 WEF 국가경쟁력지수 7년 연속 1위,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 1위 등 경제적인 면이나 사회 복지적인 면에서 선진국으로 손꼽혔던 스위스가 최근 또 1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우리나라를 암호화폐 허브 국가로 육성하겠다”

 

 

스위스 경제부 장관 요한 슈나이더 암만은 지난 1월 25일 스위스를 암호화폐 허브 국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위 10대 암호화폐 공개 프로젝트 (ICO) 중 4개가 스위스에서 진행됐을 정도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스위스로 모여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유명한 곳은 실리콘 밸리를 표방한 블록체인·암호화폐의 메카, 크립토밸리로 불리는 ‘추크(Zug)’시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에서 제네바와 취리히를 제치고 바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데에는 크립토밸리의 역할이 컸다.

 

2013년 비트코인 스위스가 설립되고 2014년 이더리움 재단이 입주해 화제가 되었던 추크 시에는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시에서는 열린 마음으로 이들을 지원하며 새로운 분야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2017년 한 해에만 150여 개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크립토밸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블록체인 원년이 될 2018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원대한 꿈을 꾸며 추크 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들이 스위스로 향하는 이유

 

지난해 9월, 우리나라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의 일면으로 ICO가 전면 금지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언급되던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외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가의 3세대 경영인 정대선 현대 BS&C 사장이 창업 멤버로 참여한 HDAC(에이치닥)이 스위스에서 진행한 ICO를 통해 800억 원대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대선 사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창업 멤버가 한국인이지만 규제를 피해 스위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비단 한국 뿐만이 아니다. 각국의 규제에 가로막힌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스위스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스위스를 찾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금융업이 발달한 나라다.

철저한 비밀 보장, 개인정보 보호의 문화와 영세 중립국으로서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안정성 등으로 인해 2000년대까지 스위스에서 금융 산업이 차지하는 국민 생산은 약 16%에 이르렀다.

 

국가 주요 산업 1, 2위 자리를 다툴 정도로 금융업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기존의 금융 질서를 따르지 않는 암호화폐와의 마찰을 우려한 이들도 있었지만, 스위스는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는 믿음으로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스위스 팔콘은행은 제도권 은행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했다. 가능성이 보이는 신사업에 대해 주저 없이 문을 연 도전적인 자세가 돋보인 사건이었다.

 

더불어 추크 시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관련 세제와 법령을 마련했다.

 

최소 8.6%에서 최대 14%에 이르는 법인세율은 스위스 26개 주 중 가장 낮다. 세계 각국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수치다.

더불어 창업 과정에서 지원은 최대화하고 절차는 최소화해 48시간이면 창업 등록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만들었다. 소통과 협력 등의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합리적 규제, 풍부한 고급인력, 발달한 금융 산업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이유로 많은 회사들이 이곳에 자리 잡는 중이다. 추크 지역 거주자의 국적이 131개에 달하는 것이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또 다른 도전

 

6월 지방선거로 우리나라가 달구어질 무렵, 스위스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투표 시스템 실험에 나섰다. 지난 해 11월부터 이더리움 어플리케이션 유포트(uPort)를 사용한 디지털 신분증(eID, 이아이디) 시스템을 적용해 온 추크 시.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이루어지는 eID를 통한 투표 실험에 200명의 주민이 등록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실험에 따라 정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투표 작업과 투표소 설치 등에 대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중이다.

 

스웨덴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 보증 암호화폐 발행 가능성을 이야기 한 것도 스위스다. 그 주인공은 ‘e-프랑’으로 불리는 암호화폐다. e-프랑을 발행했을 때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제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투자 수단 보다는 화폐로서의 유통, 교환 가치에 무게를 두고 그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스위스 증권거래소 회장이 ‘e-프랑은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보다 더 많은 혜택이 제공될 것이며, 스위스 경제 성장 촉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이 안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긍정적인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긍정적인 스위스지만, 이들의 실험적인 태도와 도전적인 모습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크립토밸리의 지휘자인 마티아스 미셀 추크 시 경제 장관은 “스위스는 투기를 용인하고, 아무런 규제 없이 ICO를 허용하는 게 아니다. 해당 ICO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검증된 금융인이고, 그 목적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 일단 허가해준다. 프로젝트 규모도 일정 금액 이하면 그냥 따지지 않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우리에게도 지나친 우려와 비판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 정신과 실험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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